2024. 11. 20. 21:32ㆍBook
작가의 본명은 쓰지마 슈지[津島修治]. 5번의 자살시도. 작품을 실제 작가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나약함과 위태로움을 지닌 주인공 요조는 분명 작가의 인생과 생활을 상당 부분 투영한 인물임이 분명하다. 유복하게 태어나 가난 한 사람들에게 사회적인 죄의식을 느끼고, 그 때문에 자기 파괴의 길을 걷게 된, 어떻게 보면 한없이 착하고 한없이 멍청한 작가겠지.
일단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에곤 쉴레의 <자화상>에서 느껴지는 파멸, 퇴폐, 고뇌 등등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라는 작품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저 그림의 글 버전이라고나 할까.
"타산과 체면으로 영위되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세상과 확고하게 틀 잡힌 듯한 사회 질서의 허위성, 잔혹성을 <인간 실격>만큼 명확하게 드러낸 작품도 드물 것이다.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하고자 애쓰고 순수한 것, 더럽혀지지 않은 것에 꿈을 의탁하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가는 패배의 기록인 이 작품은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고발이라 할 수도 있다."
역자의 평에서도 볼 수 있듯, 세상을 살아가는 데 공포를 느끼고, 인간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인공 '요조'는 순수한 인간 실격자가 되고 만다. 나는 요조의 고뇌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남을 속이거나 뻔한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나로써는 요조를 이해한다고 말하기가 부끄럽다. 물론 요조는 비참하게 ─물론 나의 기준으로 보자면─ 인생을 살아가지만, 그 이면을 보면 그 누구보다도 깨끗하고 순수한,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분명 이것은 온몸으로 사회와 부딪히는 이유있는 반항이다. 요조도 물론 타인의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그는 표면적인 사실이나 대상 때문이 아니라, 인간 삶과 세상의 본질적인 문제 앞에서만 얼굴을 붉힐 뿐이다. 요조의 퇴폐, 데카당트한 모습은 이해되지만 닮고 싶지는 않다. 대신 그른 것을 그르다고 스스로 '인식'하고 '생각'할 수 있는 요조의 용기와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자신감은 너무나 닮고 싶다.
누군가 다자이 오사무를 들어 이야기했다.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데 있어 다자이보다 뛰어난 작가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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