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9. 19:55ㆍBook
Letters to Sam은 <<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굉장히 감성적인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표지는 파스텔로 그린 그림... 음... 왠지 거부감이 ㅋㅋㅋㅋ)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복잡하지 않고 문장이 명료하여 영어 공부를 하다가 원서 한 권 정도 읽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그런 책인 듯 하다. 남편이 가져온 책인데, 얇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
뭐 이런 불행한 일들이 이렇게나 많이 일어나는지. Daniel Gottlieb은 잘 나가는 저명한 심리학자였으나 1979년에 어이없는 교통사고(상대 과실 100% ... 트럭에서 떨어져 나간 바퀴가 차를 덮쳐서 목이 부러졌다)를 당해 사지가 마비되었다.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아내와 이혼을 했고 아내는 몇 년 뒤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가 사랑했던 누나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손자인 Sam은 태어난 지 14개월에 중증 자폐증 진단을 받는다. Dan(줄여서 Dan이라고들 부름)은 언젠가 Sam이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며 편지를 썼고, 이 편지를 엮어 책으로 출간했다.
손자에게 일러주는 삶의 지혜, 지침 이런 것들이 책의 주요 내용이라서 얼핏 보면 '자기 지침서' 느낌을 주는 책이지만,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군데군데 자세하게 녹아있어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읽는 듯한 생생한 느낌도 받았다. '응, 그래... 참 좋은 말이야'라고 대충 넘겨서 읽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이 작가가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이렇게 뻔한 말들이 설득력이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적극적으로 읽었다. 다른 곳을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는 손자의 손을 잡고, 손자가 홀로 세상과 맞섰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간절하게 일러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읽었더니, 중간 중간 왈칵 눈물이 샘솟기도 했다. 인상 깊었던 구절을 옮겨 적어 본다.
Sometimes situations call for us to act strong and brave even when we don't feel that way. But those are few and far between. More often, the payoff is better if you don't pretend you feel strong when you feel weak or pretend that you are brave when you're scared. I really believe the world might be a safer place if everyone who felt vulnerable wore flashers that said, "I have a problem and I'm doing the best I can."
내키지 않지만 강하고 용감한 듯 행동해야 하는 상황들도 있어. 하지만 그런 일은 흔히 일어나진 않아. 강한 척하거나 겁먹지 않은 척 행동할 때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단다. 모든 사람들이 '전 문제가 있는 사람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고 써진 표지판을 쓰고 다닌다면 세상은 더 안전한 곳이 될 거라고 믿어.
When I am in a dark tunnel, I want to be with people who love me enough to sit in the darkness with me and not stand outside telling me how to get out. I think that's what we all want. When you're hurt, be close to people who love you and who can tolerate your pain without passing judgment or giving you advice. As time passes, you will long less for what you had yesterday and experience more of what you have today.
내가 어두운 터널 안에 있을 때, 터널 밖에 서서 터널을 나오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어둠에서 나와 함께 앉아있을 수 있을 만큼 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었단다. 네가 상처를 받았을 때는, 너를 판단하거나 네게 충고를 하지 않고 너와 함께 있어주며 널 사랑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렴. 시간이 지나면서 너는 어제 네가 갖고 있었던 걸 다시 바라기보다는 현재의 삶을 더 즐길 수 있게 될 거야.
적어놓고 보니 뻔한 이야기다. 일화를 읽으면서 내 인생을 되짚어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여기 쓰려고 하니 또 막상 생각이 나진 않는다. 하여튼 과거나 내게 주어지지 않은 것보다는 내게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은 머릿속에 뚜렷하게 남았다.
Dan and Sam
Dan and Sam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펠리데(Felidae) / 아키프 피린치(Akif Pirincci), 2003, 해문출판사 (1) | 2024.06.10 |
---|---|
포르노그라피아(Pornogrfia) / 비톨트 곰브로비치(Witold Gombrowicz), 2004, 민음사 (0) | 2024.06.09 |
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지음, 2001, 문예출판사 (1) | 2024.06.09 |
Yellowface / R.F.Kuang, 2023, William Morrow (0) | 2024.06.05 |
전태일 평전 / 조영래 지음, 2001, 돌베개 (0) | 2024.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