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9. 19:49ㆍBook
읽은 날
2004년 6월 18일 ~ 6월 19일
감상
일본 최초의 정부 유학생. 근대 일본문학의 아버지인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책장을 넘겼다. 웬걸, '아버지'들이 지켜야 할 품격은 온데간데 없고 시종일관 유쾌함과 재미, 읽다가 내 몸이 절로 배배꼬일 정도로 올곧은 일관적인 문체, 유머러스한 상황만이 가득하다.
작가의 리뷰는 이렇다. "스스로를 막무가내라고 부르는 '도련님'은 "거기서는 못 뛰어내릴걸"하는 친구의 말에 2층 건물에서 대뜸 뛰어내려 허리를 삐고 선물받은 날선 칼을 시험해본다며 뼈가 드러나도록 힘껏 엄지손가락을 긋기도 하는 못말리는 문제아였던 어린시절을 거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거짓말은 절대로 안 하는 고지식한 청년으로 성장한다. ···"
뭐 이런 고지식한 사람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이 도련님이 측은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대쪽같은 성품이긴 하지만, 강하고 딱딱한 것일수록 부드럽고 유연한 것보다 더 잘 부러진다고, 하는 짓을 볼때마다 내가 다 두근거렸다. 주위 사람들의 비웃는 모습에 공감이 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앞뒤로 꼬이고 거짓말을 일삼는 변덕스러운 대다수의 사람들의 모습은 단조로운 일상일 뿐이다. 그저 물 흐르는 대로, 사람들과 군중에 이끌리는 대로 이리저리 살아갈 뿐이지만, 이 도련님은 세상이 어떤 모양이든 자기 모양새 그대로 살아가며 세상의 흐름과 편견, 기준의 변화에 그다지 감응하지 않는다.
맘에 품고 있던 여인에게 무뚝뚝하게 "차 한잔 하시죠."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 여러 번 웃었던 책은 아주 간만이었다. 또 아주 다양한 인간들이 나오는 독특한 인간 군상들이 책에 펼쳐져 있다. 산다는 것은 결국 무엇인지,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잘 전달해주는 책인 것 같다. 물론 거의 모든 소설과 시들이 인간사와 존재 이유, 사랑, 감정 등에 대한 것을 다루기는 하지만. 아, 참 간만에 제대로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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