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9. 15:13ㆍPalatable
추석을 맞아 고향에 내려갔다. 가족들과 마주앉아 재회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사흘째가 되니 조금 지루한 거였다. 친구와 차를 타고 여기 저기를 정처없이 헤매다가 커피나 마시자고 해서 시골 한가운데에서 '카페'를 검색했더니 꽃밭 415라는 곳이 나왔다. 노란색 벼가 익어가는 들판이 펼쳐진 곳에 반신반의하며 차를 세웠다. 꽃밭415라는 소박한 간판을 지나는 순간 거짓말 같은 세상이 펼쳐졌다.
꽃밭 415 위치: 전남 여수시 화양면 옥적리 863-1
아직 더웠지만, 파란 가을하늘이었다.
친구와 앉았던 자리.
큰 나무 아래에 놓인 하얀 테이블과 의자에 이제 막 중년에 들어선 것 같이 약간은 서글픈 얼굴을 한 숙녀 두 분이 앉아서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그쪽으로는 감히 가지 못했다.
햇빛, 정원.
꿀빠는 나비 I
꿀빠는 나비 II
맨드라미. 너무 화려해서 곧 질릴 것만 같은.
자태가 고운 꽃이었다. 이름은.. 몰라요.
한편에는 다육식물도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직접 구운 도자기에 심으신듯.
쏟아지는 햇살과 정원으로 들어서는 입구. 천국에라도 온 건가.
사진에 그곳의 분위기가 묻어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나비가 날아다니고 꿀을 빨아 먹는 꽃들이 즐비한 곳
바로 옆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기분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평화롭고 따뜻한 기분. 사는 게 별거 아니구나, 하는 기분.
올드 팝송 모음집을 틀어놓으셨는지 이런저런 흘러간 팝송이 흘러나와서 더 좋았다.
새 것, 요즘 노래는 가끔 피곤하다.
아무런 말 없이 앉아서 뜨개질을 조금 하다가 사진을 찍다가
'좋다'라는 말을 연발하면서 난리를 쳤지만, 마음만은 조금 평화로웠다.
여기저기 모기가 무는 것도 그냥 적선하는 셈 치자고 넘어갈 정도였다.
햇빛 따사로운 날 꼭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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